운동과 다이어트

[러닝] 코로나블루, 무기력 그리고 의지박약을 날려버리자! 달리기 초보의 첫 시작, 런데이 어플 200일 사용기

유리신 2020. 11. 28. 23:39

 

 

  런데이 라는 어플을 깔고 "달리기" 라는 것을 시작한지 오늘 201일째다. 나늠 스스로 꽤나 열정적인 삶을 살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탈리아에 오면서 그리고 유럽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만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무기력함이 싹트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면서 하루종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몸과 정신에 모두 살이 찌기 시작했다. 조금조금 찌기 시작한 체중이 최근 몇 년간에 거의 15kg 이상 불었다. 허리도 아프고 늘 피곤했다. 피곤하니 침대 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렇게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라고 생각했다. 나를 덮던 이불을 걷어차고 매일 조금씩 달리기 시작한 것이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남들에 비해서는 한참 실력이 모자란 러닝초보지만, 6개월 간의 러닝은 나의 삶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그리고 지금도 내 예상보다 더 많은 즐거움과 활력을 주고 있다. 그래서 오늘 나의 6개월 간의 러닝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6개월 간의 기록이라고 해도 그동안 꾸준히 한 것이 아니라 좀 부끄럽긴 하다. 처음엔 체력이 안되서 달리다 중간에 포기도 많이 했고, 중간에는 무릎이나 정강이 통증 때문에 잠시 러닝을 그만두기도 했다. 그래서 8월처럼 한번도 달리기를 하지 않은 달도 있었다. 처음부터 의지박약인 나에게 꾸준히 러닝을 해낼 것이란 기대는 많이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러닝을 할 수 있었던 건 일주일만에 포기하더라도 일주일은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땐 2분? 3분도 제대로 뛰기가 힘들었다. 천천히 속도를 유지해서 뛰어야한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뛰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보니 어느 순간 뛰다보면 숨이 차올라 더이상 뛸 수가 없었다. 체중이 많이 증가한 것도 원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가장 큰 실패 요인 중 하나는 런데이 어플에서 "30분 달리기 도전"이 아니라 모르고 "30분 달리기 능력 향상" 코스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30분 달리기 도전"은 8주 코스로 러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프로그램이다. 2분 뛰고 2분 걷기 등 기초체력이 안되는 사람에 맞게 인터벌 트레이닝 코스부터 천천히 30분 달리기까지 갈 수 있도록 짜여져있다. 또한 달리면서 러닝에 대한 기초지식도 하나하나씩 가르쳐주기 때문에 실전뿐만 아니라 이론지식까지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 난 8주라는 기간이 부담스러워 "30분 달리기 능력 향상"을 선택했는데, 이건 30분 달리기를 완성한 사람들이 속력이라 지구력 등을 더 늘리기 위해 하는 훈련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좀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는 "30분 달리기 도전" 코스로 다시 재도전을 시작했다.

 

  좀처럼 재미를 찾지 못하던 나의 러닝이 변곡점을 맞았을 때가 처음으로 30분을 쉬지 않고 뛰었을 때였다. 포기와 재시도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의 체력도, 요령도 늘어갔기에 남들보다는 많이 느린 속도지만 천천히 그리고 길게 뛸 수 있게 되었다. 30분 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혹은 라디오를 들으며.. 혹은 그냥 이어폰 없이 어느 순간 기계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달리는 동안에는 심장은 쿵쿵 뛰고 숨은 가빠와 힘들었지만 조금만 참고 달리기를 끝마치면 묘한 희열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체력이 안되는 처음에는 달리기를 하고 오면 기진맥진해 쉬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했는데 이제는 달리기를 하는 날 더욱 더 에너지가 샘솓는다.

 

 달리기에 재미를 느끼니 기록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이면 조금만 더 멀리, 길게 뛰자. 이런 마음으로 욕심을 부리다보니 쉬는 날도 가지지 않고 매일 무리해서 뛰었다. 조금 더 빠르게 뛰기 위해 나도 모르고 보폭을 늘리고 더 멀리 뛰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무릎에 무리가 가기 시작했다. 맨처음 무릎에 통증이 살짝살짝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근육통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달리기를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며칠이 지나니 뛸 때 뿐아니라, 걸을 때도 앉아있을 때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무릎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무릎통증을 꽤나 오래갔다. 조금 나아진 것 같다가도 다시 무리를 하면 통증이 시작되었고, 생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비가 오면 무릎이 시리는 경험도 했다. 내가 있는 곳이 워낙 습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고, 체중도 최근 많이 늘었으니 몸에 더 무리가 갔을 것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더이상 하지 못했었는데 그때 너무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니 매일 10km씩 달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고작 5km도 안되는 거리를 달렸는데 이렇게 아프다니 속이 상했다. 그렇게 또 한참을 러닝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가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9월 중순 다시 난 조금씩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자세도 바꾸고 무릎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보폭을 좁혀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세를 바꾸니 정강이에 통증이 느껴졌다. 잘 쓰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써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무릎이나 정강이 통증이 심하게 느껴지면 그냥 걸었다. 5분 뛰고 나머지 25분은 그냥 걷다가 오기도 했다. 운동 시작 전과 후에 스트레칭도 긴 시간을 내어 해주기 시작했다. 속력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꾸준히 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1월 이번 달에는 일주일에 4~5일 이상 러닝을 하고 있다. 물론 컨디션이 안좋은 날에는 쉬거나 혹은 10분 정도만 러닝을 하고 산책을 하고 오기도 한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온 날과 아닌 날은 하루의 질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준 건 우연히 받았던 런데이 어플 덕분이다. 다른 러닝 어플을 써보진 않아서 비교할 순 없지만 내가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이래 내 삶의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도 많이 홍보하고 있다.

 

   참고로 나는 지난 6개월 간 전혀 체중 감량은 되지 않았다. 그이후는 나의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인 것 같다. 배고프면 폭식해서 먹고 귀찮으면 라면이나 피자, 파스타 등으로 끼니를 떼우다보니 아무래도 확실히 체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래서 12월부터는 달리기와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함께 시작해 기록해볼 생각이다.

 

  허무하게 지나간 올해 나를 위해 연말까지 다이어트로 역사 한번 남겨보자.